작성일 : 13-07-09 10:31
'수집광' 김정주 컴퓨터박물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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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밖에 없는 4억원짜리 애플1…추억의 갤러그 게임
제주도 NXC본사 옆 위치…"286 모르는 아이들에게 컴퓨터진화 알리고 싶어"

넥슨컴퓨터박물관 1층에 전시된 ‘애플1’ 컴퓨터(왼쪽).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1976년 만든 최초의 애플 컴퓨터로 키보드 가 나무판 위에 달려 있다. 넥슨 제공

‘수집광’으로 소문난 김정주 NXC(옛 넥슨홀딩스) 대표(사진)가 제주에 국내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을 연다. 오래된 컴퓨터와 게임기 등을 모아 온 개인적인 취미가 박물관 건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에는 레고 수집 취미를 바탕으로 온라인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수집 취미가 박물관으로

“박물관을 세우면서 30년 전에 컴퓨터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켜 왔는지 담아내려 했습니다.” 김 대표는 8일 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컴퓨터공학과’가 아니라 ‘전자계산기공학과’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가 아주 흔해져 컴퓨터공학과란 말도 없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플로피디스크가 무엇인지, 286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1970~80년대 컴퓨터가 처음 생겨나던 때부터 기기들이 점차 발전해 온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본격 설립 준비에 들어 간 건 4년 전. 하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김 대표가 개인적으로 수집해 온 희귀한 기기들이 박물관 건립의 토대가 됐다. 지난해 6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7만4500만달러(약 4억3000만원)에 낙찰받은 ‘애플1’ 컴퓨터도 그가 구매해 박물관에 기증한 물품이다. 박물관에는 이처럼 김 대표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기기와 NXC가 박물관 건립을 위해 사들인 물건이 섞여 있다. 그는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갖고 싶었던 물건들”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희귀한 레고 제품·소품을 거래하는 ‘브릭링크’를 인수하며 자신의 레고 수집 취미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브릭링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0년간 레고 팬이며 10년 이상 브릭링크 사이트를 이용해 왔다”고 밝혔다. 넥슨 관계자는 “김 대표가 200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예술경영을 공부하는 등 문화와 놀이, 기술을 결합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컴퓨터·게임의 역사 담아

박물관은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제주시 노형동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세워졌다. NXC 본사 바로 옆이다. 4000여점의 소장품 중 1800여점을 전시한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유리관 안에 전시된 ‘애플1’ 컴퓨터가 보인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1976년 만든 최초의 애플 컴퓨터로 키보드가 나무판 위에 달려 있다. ‘애플1’은 세계에 50여대 남아 있는데 이 중 정상 가동되는 것은 넥슨박물관에 있는 것을 포함, 6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2층 전시장은 ‘갤러그’ 등 1980년대 오락실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케이드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김 대표는 이 갤러그를 구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누구나 다 하는 게임이었지만 유행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이 이를 보관하지 않고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당시 국내에 들어온 ‘갤러그’ 게임기판은 전부 불법 복제품이어서 일본에 가서야 진품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이달 말 개관할 예정이다.



제주=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 한국경제 201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