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8-28 15:30
“마구잡이로 모았냐고요? 完세트 아니면 의미없죠” 잡식성 수집가 양정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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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생 씨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담뱃갑 수집품.

“버리면 쓰레기지만 모으면 역사의 산물이자 문화유산이 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60여년 동안 담뱃갑을 시작으로 우표·복권·엽서·크리스마스 실·선거홍보물·수석 등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모은 잡식성 수집가 양정생(74·충북 충주시 교현2동) 씨.

27일 오후 찾아간 그의 자택 서재에는 수집품들을 연도별로 정리한 스크랩북과 수석 등이 빼곡하게 들어찬 진열장 6개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속에는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매된 담뱃갑 5180종과 우표 2906종, 엽서 486종, 우표안내 카드 1400장, 복권 1만6446장, 크리스마스 실 850종, 대통령·국회의원·시장·지방의원 선거 홍보물 936장, 수석 500여 개 등이 찾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양 씨가 본격적으로 수집에 나선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1세 때. 4남 4녀의 8남매 가운데 막내라는 그는 “당시 아버지와 큰형의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아름다운 무늬의 담뱃갑에 관심이 끌려 빈 갑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머물지 않고 1959년 중앙대 영문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예전 것은 우표상이나 수집가들로부터 구입하고 새것이 발매될 때마다 종류별로 1장씩 차곡차곡 모았다. 원하는 우표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는 등 집념을 갖고 수집했다. 그 결과 1884년 구한말 우표 54종을 포함해 광복 이후 보통우표 407종, 연하우표 100종, 기념우표 2287종, 자선우표 18종, 항공우표 40종 등 국내에서 발행된 우표를 12권의 스크랩북에 빠짐없이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초대 이승만 대통령 우표는 발매가격이 5원이었으나 지금은 65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 등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양 씨는 “지금도 기념우표나 새로운 우표가 나올 때면 여전히 설렌다”며 식지 않은 열정을 나타낸 뒤 “진귀한 우표를 나 혼자만 볼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1987년부터는 매년 충주지역 대표 축제인 우륵문화제 기간에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우표수집 인구가 줄어들고 불경기로 우표상들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일부 우표만 수집가들 사이에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대량 발매된 1970년대 이후 우표들은 오히려 액면가보다 싼 헐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양 씨는 “우표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안타깝다”며 “우표에는 당시의 역사와 문화가 들어 있어 이를 공부하며 자손들에게 기념으로 물려준다고 생각하면 취미생활로 즐겁게 수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씨는 또 1969년 9월 15일 1회 주택복권부터 마지막으로 발행된 1473회까지의 주택복권을 모두 갖고 있으며 기술복권 3205장, 월드컵 복권 2454장, 올림픽 복권 299장, 또또복권 91장, 팝콘복권 1400장, 플러스플러스복권 210장, 슈퍼관광복권 60장, 밀레니엄복권 60장과 즉석식인 기업복권·기술복권·찬스복권·자치복권·관광복권·복지복권·체육복권·녹색복권 등도 빠짐없이 소장하고 있다. 1946년 발행된 것부터 모은 엽서도 486종이며 1957년부터 수집한 우표안내 카드도 1400장에 이른다. 크리스마스 실도 1932년 황해도 해주 구세 결핵요양원에서 발행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850종을 모두 모았다.

선거 벽보와 선거 홍보물도 그의 수집 대상이다. 1987년 13대 대통령선거부터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까지 후보자 홍보물 127장과 벽보 43장도 소장 중이다. 충주지역 국회의원·지방선거 후보자의 홍보물과 벽보도 빠짐없이 수집하고 있다. 선거 홍보물은 선거관리위원회나 후보자들에게도 없는 것이 많아 2007년 선거관리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충주시의회 1층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양 씨는 “당시 전시회를 찾은 사망한 후보자 가족들이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양 씨는 또 탄금대와 남한강변 등 충주지역에서 주운 진귀한 수석도 500여 개 수집했으며 지폐와 동전도 수집하고 있다. 이밖에 그는 성냥갑과 껌종이도 각각 10여 년씩 수집했으나 다른 수집가에게 양도했다.

충주지역 중·고교에서 30년 동안 영어교사로 근무하다 2003년 퇴직한 그는 지금도 하루 평균 3∼4시간은 동호인들과 정보교환을 하거나 수집활동을 하는 등 수집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양 씨는 “수집활동을 하려면 즐거움과 함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니면서도 다른 사람이 보존하지 않는 것을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며 “가치가 없는 것은 수집을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 씨는 “수집의 가장 큰 매력은 원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웠을 때로, 갖고 있지 않거나 새로운 것을 구하게 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면서 “수집품이 일부분만 있을 때는 의미가 없어 보이나 수백 장, 수천 장으로 늘어나면서 빈 종류가 채워지는 즐거움은 수집하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고 수집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수집 초년생들과 일부 수집가들이 몇몇 품종을 많이 보유하는 것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양 씨는 “수집은 양이 많다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세트를 갖췄느냐와 희귀성을 지니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수집활동을 시작하려면 마구잡이식으로 체계 없이 모으기보다는 먼저 전문가에게 수집 방법과 기술 등을 배운 뒤 본격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좋다”고 역설했다. 양 씨는 특히 “나 홀로 취미생활인 수집활동을 위해서는 시간만 나면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수집품이 늘어나고 관련 지식도 전문가 수준에 오르면 혼자 즐기는데 만족하지 말고 전시회 등을 통해 시민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보여줘 시대 변천사를 함께 공유하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씨는 “평생 수집품들을 모으는데 드는 비용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이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나의 인생이 모두 담긴 보물”이라며 “이 때문에 그동안 동호인들과 수십 차례 교환은 했어도 판매를 시도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집품이 너무 많아 보관이 어려운 것이 문제이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수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손들이 잘 보관하며 수집활동을 계속 이어가길 바라는 것이 나의 소박한 꿈”이라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장 소중한 수집품은… 11세때 부친 심부름하다 시작 60여년간 모은 담뱃갑 5180종
945년産 ‘승리’ 100만원 호가


평생 수집활동을 해온 양정생 씨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애장품은 무엇일까. 당연히 우표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양 씨는 “나의 수집 인생이 시작된 품목인데다 많은 종류의 수집품 가운데 당시 생활사와 문화가 담겨 있고 높은 가치를 지닌 담뱃갑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담뱃갑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로 광복 직후인 1945년 발매된 ‘승리’ 담뱃갑은 수집가들 사이에 100만 원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 ‘새뜰’과 ‘백구’ 등 10만∼30만 원에 거래되는 담뱃갑도 부지기수에 이른다. 이처럼 담뱃갑은 정해진 가격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고희(古稀·70세)를 훌쩍 넘긴 양 씨는 지금도 새로운 종류의 담배가 발매될 때면 어떻게 디자인되어 있을까 궁금해 새벽부터 상점 앞을 서성이고 빈 갑을 줍기 위해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 주변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닌다. 이렇게 모은 것을 칼로 붙여진 곳을 정성스럽게 떼어내 종이처럼 평평하게 편 뒤 더럽거나 구겨진 것은 깨끗하게 닦아내고 다림질을 하며 정리한다. 그의 담뱃갑 스크랩북에는 일제시대 발매된 ‘해태’를 비롯해 광복 이후 나온 ‘승리’와 막궐련, ‘화랑’과 ‘전우’ 등 특수용담배, 기념담배, 홍보담배, 미아찾기 담배, 내고장 담배, 주문담배, 대통령 하사담배, 광고담배 등 5180종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이 가운데 일제시대 발매된 담배와 해방 후 발매된 ‘승리’, 충주를 대표하는 탄금호와 중앙탑이 그려진 담뱃갑 등은 양 씨가 자랑으로 여기는 애장품이다.

양 씨는 “60여 년 동안 정성껏 모은 담뱃갑을 본 시민들이 옛 향수를 되살리며 호기심 가득한 반응을 보일 때면 나의 수집 인생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고 들려줬다. 그는 특히 “버리면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담뱃갑에는 우리나라의 생활사와 시대 변천사가 담겨 있다”며 “젊은이들이 생활용품 등을 쉽게 버리고 낭비하는데, 하나둘 모아두면 먼 훗날에는 역사가 되기도 하고 높은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 문화일보 201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