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02 16:10
“‘행운’을 찾는 그 자체가 내겐 ‘행복’”클로버 수집가 조성연 경감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40201033427159001 [23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40201033427159002 [248]

▲ 지난 3월 21일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교육원 관사에서 ‘클로버 수집왕’ 조성연 경감이 클로버를 수집해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산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한잎 클로버는 희망·여섯은 기적·일곱은 진실…

흔히들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라고 한다. 나폴레옹이 포병장교 시절 전쟁 도중 우연히 네잎 클로버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던 탓에 총탄을 피했다는 얘기도 있다. 어린 시절 한두 번쯤은 풀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아 헤맨 기억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이, 그것도 정년을 2개월 앞둔 현직 경찰관이 네잎 클로버를 찾아 헤맨다면 동적인 직업과 정적인 취미가 얽혀진 그 부자연스러움에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세간의 시선에 이 경찰관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생을 살지 않는다”며 “어린 시절 기억을 잃어버렸을 뿐 클로버가 주는 인생의 교훈은 여전히 이어진다”고 응수한다.

지난 3월 21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 관사에서 만난 조성연(60) 경감은 “다른 사람에게 나만의 수집품(컬렉션)을 공개하는 건 처음”이라며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는데 전문가라도 되는 양 구는 게 어색하다”고 말했다. 클로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던 그는 23개의 앨범에 담긴 클로버 4294장을 담담히 보여줬다. 네잎 클로버 3498장을 비롯해 다섯잎 클로버 737장, 여섯잎 클로버 48장, 일곱잎 클로버 8장, 여덟잎 클로버 2장 등 평생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든 이색 클로버들이 즐비했다. 특히 아홉잎 클로버와 한 뿌리에 매달린 27개의 네잎 클로버는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야생 상태의 일곱잎 클로버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해외토픽에 나오는 상황에서 조 경감은 그야말로 ‘재야의 고수’였던 셈이다.

주인의 겸손 때문에 소리소문 없이 묻힐 뻔한 이색 클로버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청에서 이색 경찰관을 선발하면서부터다. 한번 응모해보라는 지인들의 권유가 이어졌지만 처음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남에게 보여주는 게 자신의 수집 철학과 맞지 않았던 데다 스스로 취미라고 할 만큼 대단하게 여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끝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경찰 내부망에 어떤 형사가 클로버 스물 몇 개 모았다고 클로버 수집왕이라고 나서는 거 아니겠어요. 당연히 발끈할 수밖에 없었죠.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에 바로 응모하게 됐죠.”

그는 “클로버로 이색 경찰관에 뽑히기는 했지만 클로버 전문가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클로버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는커녕 동호회에서 정보를 나눈 경험도 전무하다. 그는 “클로버 수집의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라며 “마음 가는 대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 경감은 9년 전 여름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지난 2005년 인천 부평구에 있는 경찰종합학교에서 근무하던 때였는데 점심을 먹고 산책하다 풀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적이 있어요. 어렸을 적 생각이 나서 무심코 뽑아 간직하는데 행운을 손에 잡은 느낌이 들었죠.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환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때부터 산책할 때만 되면 땅을 내려다보고 걷는 버릇이 생겼어요.”

클로버가 주는 벅찬 감정은 발견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클로버를 말리고 비닐을 덧씌우는(코팅) 과정에서도 창조의 환희가 샘솟는다고 했다. 채집해온 클로버에 어떤 형태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됐던 것이다. 여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2006년에는 아예 클로버를 위한 코팅기를 따로 마련했다. 처음에는 클로버 잎끼리 대칭을 맞추는 수준에서도 뿌듯함을 느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다양한 기술을 터득했다. 클로버를 겹쳐 코팅지에 여백의 미를 주기도 했고 줄기와 뿌리까지 가져와 동양화 속 난초처럼 배치하기도 했다. 또 조 경감은 “클로버가 주는 환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면서 “클로버는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데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클로버는 돈으로 환산되는 선물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클로버를 받는 사람들의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기 위해 지금까지 모은 클로버만큼 클로버를 나눠주기도 했다. “제 지갑에는 항상 클로버 10장이 비상금처럼 들어 있어요.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는 물론, 식당에서 밝은 표정을 짓는 점원 아줌마들을 보면 클로버를 꺼내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절대로 클로버를 ‘준다’고 표현하지 않아요. 정신적 가치가 들어 있는 클로버는 나누는 거예요. 애써 모으긴 했지만 어차피 자연에 있었던 것이지 제 것이 아니니까요.”

그는 세잎 클로버와 네잎 클로버가 나란히 담긴 코팅지를 꺼내들더니 “꽃말이 각각 ‘행복’과 ‘행운’을 뜻한다”며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세잎 클로버가 네잎 클로버의 희귀함을 돋보이게 하는 것처럼 널리 퍼져있는 행복의 의미를 수시로 느끼는 사람만이 가끔 찾아오는 행운을 활력소로 실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복에 대한 역설은 세잎 클로버를 닮은 조 경감 스스로가 증언하고 있다. 198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34년간 경위서 한 장 써본 일 없이 정년을 앞둔다는 것은 소박한 생활에 대한 만족 없이는 이루기 힘든 일이다. 조 경감은 “출세와는 거리가 멀지만 건강하고 화목한 가족과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며 “살면서 감사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아들들이 무난히 취업에 성공한 일도, 정년을 5년 앞두고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일도, 심지어 각종 경품 추첨에서 확률을 따라 ‘적당히’ 뽑힌 일조차 일상의 평범한 행복을 아는 그에게는 그냥 있을 법한 일이 아닌 네잎 클로버가 가져다 준 잊을 수 없는 행운이란다.

그에게 가장 아끼는 클로버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제 인생 최고의 클로버는 집사람이에요. 정년퇴직하면 아내 핸드백 들어주면서 쇼핑도 다니고, 여행도 가고 싶어요. 현역 때나 은퇴 후나 거창한 계획 없는 심심한 인생이라고 핀잔 주는 사람도 있지만 저같이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세잎 클로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진짜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10년 전 네잎 클로버를 보고 그토록 끌렸나 봐요.”

아산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클로버 수집의 비법 “왕도 없어… 오래 찾아야 많이 찾아”

‘클로버 수집왕’ 조성연 경감이 꼽는 클로버 수집의 매력은 무엇일까. 조 경감은 “클로버는 채집, 제작, 감상 등 여러 과정에서 다양한 기쁨이 이어진다”며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정성껏 다듬은 클로버를 선물할 때 가장 큰 환희를 느낀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장당 1000∼2000원에 팔리기도 하지만 직접 수집한 클로버를 선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그 특별함이 더하다. 그는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 대신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해 성의를 표시한다는 선물의 의미에 이만큼 잘 들어맞는 게 없다”고 말했다.

클로버 선물에 정성이 깃들었다는 의미는 그 수집에 특별한 요령이나 비법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8000여 장의 클로버를 수집해 그중 절반가량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했다는 조 경감은 아직도 클로버 찾는 데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산책할 때마다 관심을 갖고 유심히 땅을 들여다보면 찾아진다는 것. 네잎 클로버 같은 희귀 클로버가 2만 개 중 하나 정도로 발견된다는 통계 이야기에 조 경감은 “진짜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클로버를 모으는 게 불가능했다”며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듯 많은 시간 클로버를 찾은 사람은 아무래도 잘 찾게 된다”고 말했다.

클로버를 발견하면 가위를 이용해 잘라내고 때에 따라 포크를 이용해 뿌리까지 파낸다. 이후 클로버를 반듯하게 펼쳐 얇은 책을 위에 얹은 상태로 상온에서 1주일 정도 둬 반건조 상태로 만든다. 조 경감은 “따뜻한 돌침대에 말릴 경우 이틀이면 충분하다”며 “아내가 침대에 말리는 클로버를 보면서 ‘애첩’이라고 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모양을 잡는 2차 성형을 한 후 두꺼운 책을 위에 얹어 다시 1주일을 보낸다. 보름이라는 ‘수술’ 기간을 견뎌낸 클로버는 코팅지로 포장돼 선물용으로 탄생한다.

참고로 클로버 잎의 개수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한잎 클로버는 희망, 둘은 눈물, 셋은 행복, 넷은 행운, 다섯은 악운, 여섯은 기적, 일곱은 진실을 뜻한다.

아산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 문화일보 20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