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10-22 12:53
미술자료, 제대로 정리되고 있는가?
미술자료, 제대로 정리되고 있는가?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장)

21세기는 정보화시대,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세계의 수많은 국가가 현재 예외없이 급변하는 사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정보사회라는 새로운 사회가 색다른 문화를 잉태하고 있는 중이다. 정보사회란 정보가 물질이나 에너지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사회이다. 한국에서도 미술 분야의 정보가 새로운 미술사조와 세계 미술계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한국미술의 주체적인 확립, 넓게는 한국 미술이 세계미술로 진입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술계에 필요로 하는 정보는 무엇일까? 필자에게 문의해오는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미술계 전 분야에 걸쳐 너무나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전시기획자로 일하는 K씨는 최근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 10명의 주소를 물어왔다. 달진닷컴(www.daljin.com) 미술자료실 인명사전을 이용해보라고 했더니 7명을 찾았다며 감사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어느 날 호가 ‘土林’이라고 하는 작가를 아느냐며 전화했는데 이와 같이 적은 인포메이션으로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경우는 난감하다. 필자는 이것 저것을 뒤적여 국립현대미술관의 <85현대미술초대전>에 출품했던 김종현(金鍾賢. 1912-1999)이라고 알려주었다. 지난 9월 서울옥션 90회 경매전에 작품이 출품된 서양화가 조병덕은 2002년에 작고했는데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생존작가로 표기되어있다. 인터넷 미술관련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화랑주소록과 같은 경우는 업데이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몇 년전 것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기 일쑤다. 최근 개관한 어느 신생 화랑은 나에게 컬렉터주소록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런 것은 각 화랑별로 고객관리를 하지만 공개된 리스트를 입수하기는 어렵다. 모 신문 미술담당기자는 경기침체에 따른 미술계 불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사나 수치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불황이라지만 해마다 전시회는 늘어나고 화랑도 생기고 있으니, 화랑협회나 화랑의 매출을 통해 알아보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유도했다.


누락과 오기(誤記)에 의한 미술자료의 부실

우리 미술계에서 미술활동의 근간이 되는 전시회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한 해 동안 미술계 활동을 기록하는 자료로 지금까지 《한국예술지》(1966-1992), 《한국미술연감》(1977-1997), 《열화당미술연감》(1984-1989)이 발간된 바 있다. 현재는 《문예연감》이 1976년, 《월간미술연감》이 1996년부터 현재까지 발간되고 있다. 그 동안 《한국예술지》나 《문예연감》은 전시 색인에 치중해왔고, 《한국미술연감》은 미술가를 찾아보는 작가명감으로 유용하였다. 한국미술계는 그 동안 양적으로도 팽창하여 작가, 전시회, 전시공간, 관람객, 미술시장 등의 성장과 함께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문예진흥원에서 발행하는 《문예연감》의 1년 전시회 통계에 따르면 1994년 5489건, 1995년 3447건, 1996년 5932건, 1997년 5745건, 1998년 6203건, 1999년 5794건, 2000년에 6351건, 2001년 6388건, 2002년 6703건 2003년 6747건으로 일반적으로 매년 늘어날 것 같지만 통계는 그렇지 않다.(표2) 일년 동안 전시회가 1994년에 5489건이던 것이 1998년에 6000건이 넘었고 10년 후인 작년에는 123%에 해당하는 6747건이 되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미술전시회 통계를 나타내는 《문예연감》은 신뢰성이 조금 떨어진다. 1983년 전시회를 《문예연감》은 1695건, 《한국미술연감》은 1775건, 《열화당미술연감》은 2005건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겼으며, 이 내용은 필자가 《선미술》 1985년 겨울호에서 지적했다. 또 《문예연감》은 1988년 1989년 전시회 기록을 똑같은 3537건으로 기록했는데 , 이를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1990년 12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보도되어 이슈화되었다.

또한 미술의 해였던 1995년 전시 3447건은 1994년 전시 5489건보다 37%가 감소됐다는 보도내용을 문제제기한 바 있다. 《문예연감》 기록은 한국미술 해외전이 1994년에는 269건에서, 1995년에는 78건으로, 외국작가 국내전이 1994년 214건에서, 1995년에는 166건으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월간미술연감》은 1995년 해외전을 252건, 외국작가전을 268건으로 남기고 있어 《문예연감》보다 해외전을 174건, 외국작가전은 102건 이상 더 조사한 셈이다. 한가지 밝혀 둘 일은 1995년 《문예연감》에 실린 1994년 국제교류전은 필자가 《가나아트》 1995년 1.2월호에 발표한 것을 르포라이터 이름으로 사전에 전화나 출처도 표시없이 그대로 베껴놓았다. 그러나 이런 누락이나 오기는 10여년이 흘러도 계속되고 있어, 이 점은 2003년 국내작가 해외전을 《문예연감》은 196건, 《월간미술연감》은 225건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자료의 기본이 되는 자료집, 연감, 미술사전, 인명록, 통계가 부족하다. 2000년 《월간미술》에서 화가, 조각가, 공예가, 서예가, 사진가, 평론가를 포함하는 《한국근현대미술가사전(가칭)》이 계획된 적이 있다. 《한국근현대미술가사전》은 수차례의 편찬실무위원회를 거쳐, 화가, 조각가, 평론가는 선정이 압축된 상태까지 진행되었다. 이 미술가인명사전의 편찬은 21세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우리 미술을 연구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작가별 원고 수집에서 중단되었다. 현재 미술계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미술인명사전과 주소록이지만 인쇄물은 1999년 《월간미술연감》 권말부록 이후에는 없다. 이에 달진닷컴 미술자료실 인명사전은 온라인의 특성을 살려 작가 등록과 주소 업데이트에 노력하고 있다.
점점 다양해지는 미술정보를 어떻게 생산하여 수용할 것인가? 어떻게 분류, 정리, 기록하여 후세에 전할 것인가? 우선 오늘날 대량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소멸시키지 않고 효과적으로 정리 ․ 보존하는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정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보의 부가가치는 유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생산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록과 자료의 가치와 역할을 과소평가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풍토는 쇄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미술도서실 실태는?

한국에서의 미술도서실(여기서는 미술도서실 ‧ 자료실 ‧ 자료관 ‧ 정보관 및 문화재계 도서실 을 모두 포함한다) 현황을 살펴보면, 모체기관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어 운영되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기관의 한 부서 조직으로 편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일반 이용자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체 기관에서 연구, 업무에 필요해 운영되고 있었다. 미술 ․ 문화재도서실은 운영자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사설기관, 대학으로 구분되지만 여기서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문화재계 도서실로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호암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을 꼽을 수 있다. 미술도서실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한국미술기록보존소,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정보관 등이 있다.(표1) 각 기관의 장서현황을 보면, 문화재계 도서실의 장서는 국립중앙박물관 6만 6000여 권, 국립민속박물관 3만 8000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3만 여 권이다. 미술도서실의 장서는 국립현대미술관 1만 2000여권, 예술정보관 만 여 권, 서울시립미술관 8600여권이다. 도서실의 연면적은 용산에 새로 개관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400평으로 가장 넓고, 예술정보관이 362평이며,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은 100평을 넘는다. 도서실의 연 이용자수는 예술정보관이 2만 7000여명, 서울시립미술관이 1만 4000명, 국립민속박물관이 1만 500명이다. 1년 열람자 수도 일반적으로 내부직원 열람이 외부 열람자보다 훨씬 많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자료정보관은 1969년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실에서 자료관리로 첫 출발한 후 1975년 문화재연구소로 직제가 개편되었다. 1986년 자료실 소장도서를 문화재관리국으로 이전하고 문화재연구소 자체 자료실을 운영했는데 1998년 문화재관리국이 문화재청으로 승격되고 대전정부청사로 이전하면서 연구소는 소장도서 일부를 문화재청에 이관해 주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도 지난 2월에 대전으로 신축 이전하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자료정보관은 문화재와 관련된 간행물 자료를 소장하는 문화재 전문 자료관으로, 학술 조사연구, 과학적 보존관리 및 역사적 고증 등 전반적인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 정리, 활용하며 문화재를 연구하는 모든 이용자에게 자료를 개방하고 있다. 문화재청 자료관은 대전 정부청사 8층에 자리잡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도서실은 내년 용산에 신축되는 건물 개관에 맞추어 지난 4월 경복궁에서 용산으로 이사했다. 새로 마련된 도서실은 400평 규모의 넓은 공간에 단행본, 연속간행물실, 멀티미디어자료실, 기증문고실 등을 갖춘 국내 유일의 박물관 관련 전문 자료실의 기능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실은 민속학 및 이와 관련있는 분야의 정보와 자료를 조사 ‧ 수집 ‧ 정리하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원활하게 보급하여 많은 사람이 직 ‧ 간접적으로 민속 및 전통문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도서자료실은 1981년 덕수궁 시절에 자료실로 출발하여 1986년 경기도 과천에 신축이전하면서 도서실, 자료실, 시청각실로 분리 운영하다가 시청각실은 자료실로 합쳐졌다. 처음에는 섭외교육과 소속이었으나 후에 학예연구실 소속으로 바뀌었고 자료실이 도서실로 통합되면서 도서자료실로 확대되었다.
이곳에서는 미술 단행본, 연속간행물, 논문집, 시청각자료 이외에 근현대미술가2900여명의 자료를 찾아 볼 수 있다. 미술가 개인 파일에는 작가별 미술인 카드, 개인전 팸플릿 등을 볼 수 있다. 전시 팸플릿은 입수되면 개인전, 단체전, 기획전 등으로 분류 정리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술가를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하는 작가, 등록하여 관리하는 작가, 자료만 모아놓은 작가로 구별하고 있으며 드디어 예산을 확보해 내년부터 전시 팸플릿의 DB화가 가능해졌다고 알려 주었다. 예전에는 열람자가 복사지를 준비해 와 자료를 복사했는데 지금은 복사카드를 팔고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열람대장에 성명, 구분(공무원/시민), 전화번호, 성별, 열람내용을 적고 입장한다. 이전에는 자료에 입수순 가,나,다 로 번호를 부여하던 것을 현재는 KDC(한국십진분류법)로 정리중이다. 도서 분류번호에는 일반 KDC 위에 연도 일련번호가 부기되어 있으며, 장서는 미술 이외 일반도서가 눈에 많이 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도서실은 세 곳에 흩어져 운영되었는데 한남동에 새로 개관한 리움미술관으로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고미술 자료와 중앙일보사 20층에 있던 삼성미술관 도서실의 현대미술 자료가 한데 모이게 되었다. 주목할 곳은 삼성미술관 부설로 운영되는 한국미술기록보존소(Archives of Korean Art)인데 이곳은 최초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기록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할 목적으로 1999년 개소하여 2001년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적극적인 수집방식으로 구술사(口述史, Oral History) 프로젝트를 도입했는데, 구술방식의 역사기록으로 개인의 전기(傳記)와 사건 및 주제, 두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미술가나 유족의 자료 기증이 늘고 있으며 《한국미술기록보존소자료집》 1,2집이 발간되었다. 자료이용은 주 2회로 화 ․ 목요일 오후이며 폐가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행본 중심이며 삼성에서 개발한 ‘글림스’라는 자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검색하여 자료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단행본은 KDC가 아닌 DDC(듀이십진분류법) 분류를 사용한다. 실제로 '백양회'를 주제어로 검색해보니 많은 자료가 떠올랐으며 기증자도 표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백양회라는 박스 속에는 팸플릿, 관련기사들이 있었고 사이에는 중성지가 끼어 있어 자료를 보호하고 있었다.


미술자료 네트워크화를 위한 과제

미술 문화재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미술작품과 문화재 그 자체의 정보이고, 또 하나는 미술과 문화재에 관한 기록자료이다. 전자는 미술작품과 문화재 데이터베이스(디지털아카이브 포함)의 구축을 통해 나타나며, 후자의 정보는 구체적으로 도서나 잡지라는 형태를 취하며 전통적으로 미술도서관, 미술자료실에서 다루어 왔다. 따라서 미술문화재 정보의 네트워크화라는 문제를 다룰 때, 미술작품과 문화재데이터베이스와 미술도서관이라는 두 분야가 대상이 된다. 앞으로는 인터넷을 통하여 미술작품과 문화재의 정보와 이에 관한 기록자료의 서지정보나 전문(全文)을 횡단적으로 검색할 수 있어서, 미술도서관 네트워크를 통하여 기관, 국경을 넘어 미술 문화재에 관한 기록자료를 상호이용 할 수 있는 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아트도큐멘테이션연구회'는 1989년 설립되어 미술문화재에 대한 정보 활동을 주력해왔는데 금년 연구회 창립 15주년을 기념하여 ‘제3회 아트 도큐멘테이션 연구포럼’으로서 ‘동아시아에서의 미술문화재 정보의 네트워크화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움을 기획하여 필자는 지난 8월에 한국 발표자로 참석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서 필자는 석사논문을 쓰면서 일본은 아트도큐멘테이션연구회가 미술관 ∙ 박물관,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전문도서관, 기타 270개 기관의 자료를 조사하여 1995년 <미술분야의 문헌 ․ 화상자료소장기관일람>을 참고한 인연이 있다. 그 자료집은 기관별 기본안내에 덧붙여 문헌자료와 화상자료로 나뉘어 보유자료, 수집방침 및 장서특색, 검색방법, 장서목록 ∙ 서지류, 시설, 담당부서, 축차간행물 등이 기록되어 있다. 얼마 전 자료정리를 하다가 1927년 아사히신문사에서 발간된 《일본미술연감》을 본적이 있는데 그에 비해 1977년에야 《한국미술연감》이 창간된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한국 미술도서실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료관리프로그램이 동일하지 않고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상호 네트워크 형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미술을 기존의 장르 구분하기에는 애매하고 다양한 매체가 너무 많아 기관별로 서로 다르게 분류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제는 모든 자료정리의 기초가 되는 양식과 운용체계가 표준화되어야 한다.
둘째, 전문인력 부족하다. 도서관은 직원 한두 명에 불과하고 모자라는 인력은 비정규직이나 자원봉사를 대체하는 형편이다. 사실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사서라도 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이해하지 못하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데다 자료도 미술도서, 팸플릿, 미술기사, 슬라이드, 디지털이미지 등 광범위하기 때문에 전문인력의 확충은 시급하다.
셋째, 미술도서실들이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문화재 자료를 찾기 위해서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및 문화재청을 방문하거나 현대미술 자료를 찾기 위해서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더구나 아직 몇 곳의 도서실은 일반인에게 비공개, 또는 제한 공개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넷째, 근무자들의 재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직무교육이 전부이며 자료정리는 대부분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나마 내부 방침에 따르거나 먼저 설치된 기관을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미술자료실은 일반 도서관처럼 미술도서와 팸플릿 등을 구비해 놓고 도서 열람자를 안내하는 기능에만 만족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2차 자료의 생산뿐 아니라 한 나라의 미술작품 문화재에 대한 자료수집, 조사, 연구를 책임지는 기구이다. 게다가 미술인들의 활동사항을 기록 관리하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술계의 활동을 수집 정리하고, 기관 자체의 행정적인 기록까지 보존하는 아카이브 형태로의 발전이 필요한 곳이다. 특히 앞으로는 미술문헌 자료들을 새롭게 수집, 분류하고 이용자들이 그것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덱스카드 분류, 미술관 소장 작품을 연구할 수 있는 소장품 주제 분류, 작품 관련 문헌자료를 색인해 제공하고 그 소스에 하이퍼링크가 되는 통합된 소장품 관리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 미국 국립미술관 미술자료실의 경우 행정사서 등 15개 분야에 직원이 50여 명 있고, 영국의 대표적인 근현대미술관인 테이트갤러리 자료실에는 사서 외에 전문 기록보관자(아키비스트)들이 별도로 존재한다. 잘 알려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티미술연구소의 아카이브는 미술사 연구의 핵심기지다. 이런 곳이 미술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미술정보의 지식 창출과 문화적 가치를 상승시켜주는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술작품 ∙ 문화재의 정보화를 위해서 첫째, 중요한 미술자료는 국가의 유산이고 공공의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산 지원으로 각종 자료를 구입하고, 전문 직원의 증원하는 것은 필수다. 둘째, 미술자료 업무 종사자를 미술 전문주제 사서로 양성하여 적극적이고 선별적인 자료수집 태도와 봉사가 선행되도록 해야 한다. 미술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이용자에게 유익한 모든 자료를 발굴, 제공하고 전문가적 평가로 정리하는 것이다. 업데이트를 위해 자료를 분류 축적하며 미술서적 목록과 연속 간행물 기사색인, 문의에 대한 신속한 응답, 이미 간행된 보고서를 이용해 안내할 수 있는 능동적인 활동을 보여야 한다. 한 작가에 대한 자료도 최신 활동까지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미술자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학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수한 미술분야 자료정리는 연구와 협의를 통해 발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미술도서실 사서, 큐레이터, 문헌정보학과 교수 및 강사, 기록관리자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모든 일은 정보와 자료 찾기에서 처음 출발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미술작품 ․ 문화재의 정보 네트워크화는 국력임을 인식하고 동참을 기대한다.


- 월간미술 200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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