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1-30 13:56
아카이브와 한국 미술

아트 아카이브는 한 작가의 작품 생산과 미술관, 미술잡지, 미술시장 등 미술계의 다채로운 활동 내역들과 그 역사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그것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아트 아카이브의 활동은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평가하고 분류하며, 보존에 힘쓰고, 그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마치 도서관의 활동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트 아카이브가 수집하는 대상은 도서관처럼 반드시 각종 간행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특정 활동에서 생산된 기록물들 가운데 역사적이고 증거적인 가치를 지닌 유일한 자료들을 수집한다는 점에서, 미술관·박물관의 소장품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아트 아카이브의 활동은 단순히 자료를 보존한다는 1차적 역할에서 나아가 한 나라의 미술문화를 온전히 보전하는 것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고취할 수 있으며, 또한 지금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로 기록되는 정보들을 유용한 문화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트 아카이브는 20세기 이후 미술문화와 관련한 기록물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그 유용성이 인식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에서 먼저 독립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도서관이나 미술관·박물관이 수행하지 못하는 영역에 아트 아카이브가 존재해야 함을 인식하게 되면서, 2010년 국가기관인 국립예술자료원이 설립되었고, 2001년부터 사설기관으로 김달진미술연구소가 운영하는 한국미술정보센터 등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아트 아카이브의 정보들이 미술품 감정에도 기반 자료와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12월 12일(수)에는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여 ‘아트아카이브와 한국미술-미술품 감정을 위한 아카이브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호신(국립예술자료원 정보서비스팀 팀장)씨는 ‘지금 왜 아트 아카이브인가?’에서 아트 아카이브가 도서관, 박물관과 기원은 같으나 오늘날에는 분명히 분화된 역할이 존재함을 살펴보았다. 그럼으로써 국립예술자료원이 한국의 실정을 고려하여 구축한 사업들을 설명하고 그 사업의 비전과 더불어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이야기하였다. 발표자는 국립예술자료원의 사업으로 2011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DA-Arts)를 소개하였는데, 다-아츠는 그 동안 국가적인 수집과 관리 체계에 편입되지 못한 채 급격하게 소실되는 예술 자료들을 민간이나 개인이 국가의 디지털 정보저장소에 자료를 직접 업로드하고, 그 업로드한 데이터를 직접 관리, 활용, 유동할 수 있는 공동의 시스템이다. 이러한 다-아츠는 예술 현장에서 방치되는 자료들을 곧바로 디지털로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창고지만, 저작물의 판매나 새로운 콘텐츠의 생산과 연계되는 디지털 마켓으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하였다.

심보미(국립현대미술관 아키비스트)씨는 ‘해외 사례를 통해 조망하는 아트 아카이브의 요건들’에서 국제예술연구재단, 게티 연구소, 워싱턴국립미술관, 뉴욕아트컨소시엄의 사례들을 통해 미술 기록의 가치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진본성, 신뢰성, 이용가능성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술 양식과 데이터 구조 형식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국제예술연구재단의 경우는 미술품 진위 여부 확인에 긴요한 카탈로그 레조네의 구매 여부를 체크하는 편리성을 도모하고 있으며, 미국미술아카이브(AAA)는 미술시장과 관련된 기록물을 수집 우선순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전무한 이러한 사례를 들면서 발표자는 아트 아카이브의 활용을 직접적인 생산과 연결하는 미술시장 주체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와 더불어 기관별 중복되는 정보 수집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비용절감을 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 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다.

서진석(대안공간 루프 관장)씨는 ‘미디어아트 아카이브의 현황과 당면 과제’에서 아날로그 아카이빙과 디지털 아카이빙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예술작품을 디지털 기록으로 변환하기위해 고려해야 할 요건들을 제시하였다. 그 요건들은 첫째, 가장 효율적인 디지털 변환 방식에 의해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 둘째, 단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작품 원본의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 셋째,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전 세계인이 공유하고 활용하기에 적합하도록 유통의 효율성과 범용성을 갖출 것. 넷째, 오래 보존할 수 있으며 복구가 용이한 저장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 다섯째, 각 작품을 디지털 매체로 재제작할 경우 저작권에 대한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디지털 자료의 경우 유투브와 같이 자료의 공적 가치와 사적 가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작업의 아카이브 시스템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 이현경, 서울아트가이드 2013년 1월호 Vol.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