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9-15 23:34
[웹진아르코] 뉴욕공연예술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 for the Performing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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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아카이브 시리즈_10(뉴욕공연예술도서관)

▶ 뉴욕 시민의 다양한 문화 공간, 뉴욕공연예술도서관

(The New York Public Library for the Performing Arts)

글 : 장지원(전 뉴욕공연예술도서관 인턴)



세계 공연예술의 메카인 뉴욕, 그 중에서도 뉴욕 필, 줄리어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한 예술단체들이 밀집해있는 링컨센터의 한 자락에 바로 뉴욕공연예술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1965년 처음 문을 연 이 곳은 뉴욕공공도서관의 4개 전문도서관 중 공연예술 분야에 특화된 방대하고 폭넓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공연예술자료의 규모나 활발한 이용 면에 있어 이 분야 내에서는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이다.

연간 425,000여 명의 방문객수를 자랑하며, 공연예술의 전방에 있는 예술가와 스태프에서부터 학생, 비평가, 작가, 연구자,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일반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의 다양한 이용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



이곳에서 다루고 있는 공연예술의 범위는 고전적인 의미의 연극, 무용, 음악과 같은 순수예술뿐 아니라 거리공연, 대중음악, 뮤지컬, 서커스, 피겨스케이트에 이르는 다양한 대중문화까지를 포괄한다.

도서관의 구성은 크게 대출 가능한 자료들이 있는 일반자료실(Circulating Collections)과 관내 열람만이 가능한 아카이브 성격을 띠는 연구자료실(Research Collections)로 나누어져 있다. 일반자료실은 350,000여 권의 공연예술관련 서적을 비롯하여 CD, 비디오, DVD 등을 풍부하게 구비하고 있으며, 도서관의 회원으로 등록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대출하여 이용할 수 있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 연구자료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 연구자료실

한편 연구자료실은 공연예술에 관련된 9백만 점 이상의 실물자료를 수집하여 보존, 소장하고 있는데, 공연예술도서관의 컬렉션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이 연구컬렉션의 아카이브는 그 70%가 비도서자료로 사진, 실황영상, 악보원본, 프로그램, 포스터, 육필원고, 스크립트, 의상디자인, 조명디자인, 큐시트, 세트모델, 서신, 공연행정서류, 신문스크랩 등 희귀하고 다양한 원천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배우, 극작가, 음악가, 안무가, 디자이너 등 공연예술계 주요인물들의 작업흔적이 담겨있는 컬렉션들은 단지 완성된 결과물을 넘어, 창작을 위한 수많은 발상과 시행착오, 사고의 과정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한편, 보다 적극적인 공연의 기록과 보전을 위해 도서관에서는 1970년부터 직접 브로드웨이, 오프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실황 및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찍어 보존하는 TOFT(Theatre on Film and Tape)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년에 약 60~70개 정도의 작품을 선정하여 극단과의 합의하에 공연영상기록을 제작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영상아카이브는 그 자체로 공연예술계의 역사를 대변하는 훌륭한 사료로서 이곳에만 존재하는 희귀영상들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연구자 및 학생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인기 코너 중 하나이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정적인 도서관 아카이브 환경에 머무르지 않고, 풍부한 전시 및 관객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와 관심분야를 가진 이용자들이 공연예술의 창조적 작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점이다. 아카이브의 자료들은 그저 서가 속에 고이 모셔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큐레이터의 손길을 거쳐 이야기가 담긴 전시로 재탄생되어 관객을 만난다. 연간 약 10여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공연예술의 거장들, 1970년대 디스코, 무대디자인 100년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들을 스케치, 영상, 육필서신, 스틸사진, 세트모델 등 흥미로운 아카이브 자료들과 해설을 통해 만나게 된다. 전시는 이용자들에게 자료를 통한 정보의 전달과 동시에 아카이브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교육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전시의 콘텐츠를 교육과 연계 활용할 수 있도록 예술교사를 위한 워크숍을 열고,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커리큘럼과 관련자료를 교재로 제공하기도 한다. 예술교육이 중요성을 더해가는 요즘 시대에, 예술교육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자료의 산실로서 공연예술 아카이브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한편 도서관 1층의 브루노 월터 강당에서는 연간 약 90차례에 걸쳐 강연, 패널 토크, 공연, 마스터클라스, 낭독회, 상영회와 같은 다채로운 관객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머스 커닝햄, 피터 쉐퍼, 에드워드 올비와 같은 공연예술계의 거장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아카이브에서 발굴된 40년대 현대음악 연주회의 팸플릿과 악보를 토대로 재구성한 공연이 올려지기도 하며, 지역 재즈밴드의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대부분이 무료로 진행된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내 전시 장면



이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용자들의 모습과 목적은 실로 다양하다. 작품연구를 위해 한 작품에 대한 다양한 버전의 영상을 섭렵하며 잔뜩 메모를 하고 있는 연출가, 남부사투리를 쓰는 배역을 맡아 억양연습을 위해 지역별 방언 녹음자료를 반복해서 듣고 있는 배우, 30년대의 무대의상 양식을 연구하기 위해 그 시대 공연에 대한 신문스크랩 이미지를 찾고 있는 의상학과 학생, 한 극작가의 전기를 쓰기 위해 벌써 몇 주째 매일같이 도서관에 출근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는 작가, 오페라 악보를 눈으로 부지런히 좇으며 음악감상에 여념이 없는 백발의 노신사… 이렇게 방대하고 귀한 컬렉션을 자신의 서재로 삼아 각자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이런 토양에서 나오는 공연, 무대, 연구, 또 관객이란!’ 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공연예술 중심지로서의 뉴욕을 만들어내는 힘, 그 근저에는 이러한 환경적 기반이 있음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공연예술 아카이브는 공연예술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전통적인 자료저장소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기록으로서만 정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장자료가 또 다른 예술창작을 위한 정보와 영감을 제공하며, 공연예술연구의 원천이자 일반 대중의 감상을 위한 자료로까지 활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 내부

뉴욕공연예술도서관 내부

공연예술의 자취들을 섬세하게 수집, 정리하여 보존하고, 자료와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어 창작의 토대이자 예술향유의 기반이 되기를 지향하는 뉴욕공연예술도서관의 모습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공연예술 아카이브의 비전을 발견해 본다.